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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괴롭힘..
그러고 보면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준 적은 없는 것 같아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적어보고 싶다.
1. 길거리 성추행
중학교 때 처음 당해봤다.
당시 뉴스에는 한창 가슴빵, 엉덩이빵이라는 게 유행하고 있다며
녹화한 영상들이 나오곤 했던 때였다.
매일 지나가는 학교에서 집을 가는 길
맞은편에서 오던 나보다 어려보이던 남자애가 자꾸만 똑바로 걷질 않고
몸을 내쪽편을 향해서 왔다.
길 화단쪽으로 걷고 있던 난 피하려해도 피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실수인냥 내 가슴을 치고갔다.
성적매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때였고,
그렇게 가슴이 있지도 않는 난
이게 뭐지? 왜 가슴을 치지?
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뒤를 돌아봤는 데
그 사람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고의로 그런 걸 알까, 모를까.' 하는 그런 표정으로.
그 표정이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생생하다.
있지도 않는 가슴을 친것보다도
실수든 고의든 뻔뻔하게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던
그 새끼의 그 태도가 나는 더 화가나고 분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실수인지 고의인지도 모른 채 뭐지.. 실수인가?
라는 생각으로 소리한번 지르지도 못하고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화가난 것일지도.
다른 사람한테도 뻔뻔하게 그 짓거리를 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찢어 죽여버리고 싶은 걸지도.
정말 찢어 죽여도 시언찮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겨우 당시 가장 친한 친구한테만
겨우 말했지만,
돌아오는 돌아오는 답은 '엄마한테 말해야하는 거 아니야?'였다.
그 뒤로 난 10년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일이 없었다.
말해 봤자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고, 같이 화내 줄 일 따위는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던 걸까.
2. 10년이 지나도 여전한 길거리 성추행..
그 뒤로 다시는 그 길로 집에 간적이없다.
여전히 그 집이 본가이지만, 그 길을 볼 때면 그 날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 뒤로 내가 피할 수 있는 길 사람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길
맞은 편 사람이 오면 큰 도로 쪽으로 피하는 일, 혹은 뛰어가 버리는 일을 해서일까..
그런 일이 뚜렷하게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약국을 갔다가 지하철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데
어떤 사람이 내 엉덩이를 만졌다.
이건 실수로 친게 아니라 명백히 만졌다.
그 길에 사람도 별로 없었는 데..
하 ㅅㅂ 싶은 마음에
누가 쳤나 쳐다 봤더니
어떤 빡빡머리 중년 아저씨였다.
도끼로 그 빡빡민 머리를 쳐 내리고 싶었다.
그 사람은 뒤도 쳐다 보지 않은 채
어색한 걸음을 걸으면서 유유히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10년전과 비슷한 일이 생겼고,
다시 그 길에 간다면 그 남자의 뺨이라도 갈기리라고 생각하면서
몇십번을 시뮬을 돌리던 나는
그날도 그 뒷모습만을 째려볼 뿐이었다.
그 사람이 뒤돌아 봤더라면 확신을 얻고 뭐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실수를 빙자한 그 행동들은
10년이 지난 뒤에도 실수로 쳤나..? 라는 생각에
저 사람이 실수였다. 라고 하면 무안해질 그 상황에
아무말 하지 못했고,
엘레베이터를 내려갔던 난
아 이건 명백히 고의였어.
라는 생각에 다시 올라왔지만, 그 사람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너무 화가나서
친구에게 토로했지만.
실수였을 수도 있지 않냐..
그렇게 심각한 반응도 아니었고,
그저 내가 욕하며 화내는 모습에 재밌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난 또다시 그 빡빡머리에 침 한번 못 뱉은 나를 바라볼 뿐.
길거리 성추행에 대응하기에 무기력해지고 나를 더 전투적으로 보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라는 생각 때문인것같다.
오롯이 나의 몫이 되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도, 길에서 폭력을 당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와주세요. 라고 소리지를 수 있을 것 같고,
그 사실에 지인들은 걱정해줄 것 같은데.
성폭력은 다르다.
그저 지갑을 멍청하게 손에 들고 있다가 빼앗겼으면서 그 오토바이를 따라 잡지 못한
내 다리를, 손에 있는 다른 거라도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에게 던지지 못한 나의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3. 폰팔이의 성희롱
폰판매하시는 분들, 안좋게 생각한 적 없다. 이 일 전까지는
물론 평소에도 자기가 생각하기에 만만하게 여겨지는 여성들에게만
지나가면 기본 팔목을 잡으면서 하는 거 정말 꼴볼견이었는데
난 정색하면 눈도 안마주치고 뛰어가서 일까. 한번도 당해본 적 없지만,
어느날 다른 곳을 향하는 데, 폰 가게 앞에 폰파는 분들이 10명정도 있었다.
무리지으면 더 용감해 진다고 했나.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업하는 지 보여주고 영웅심리라도 얻고 싶었는지
지나가는 나에게 다짜고짜
'앞머리가 섹시하시네요.' 라고 했다.
개새끼.
눈도 안 마주치고 완전 무시하고 지나갔지만
속에서 분노가 올라왔다.
조롱당한 기분에.
그 뒤로 내 앞머리를 뜯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내 앞머리가 무슨 잘못이길래.
앞머리가 시스루라는 이름을 가진 그저 숱을 별로 내지 않은 앞머리인데.
그 이름적인 요소를 이용해서 그 딴 발언을 한 것이다.
성희롱하시네요. 라고 나는 말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근데 그렇게 많은 남자가 있는 데 나는 그저 조용히 지나치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이었을 지도.
내 머리카락 마저도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다니..
정말 얼마나 못배워쳐먹은 새끼이면..
한동안 내 앞머리는 그저 앞머리일 뿐이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던 것 같다.
4. 쫒아오기.
쫒아오기 또한 성적 괴롭힘에 해당되는 지 처음 알았다.
고등학교 때, 엄마를 스토킹하던 사람이 있었다.
당시 집전화가 있었는데
집에는 보통 방과후에 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사람은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으로 전화하곤 했고,
나는 수취인을 알지도 못한 채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면
그 사람은 내 목소리만 듣고, 엄마 목소리가 아니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끊어버리곤 했다.
개새끼
어디 정신병원 들어가 있나 몰라.
엄마는 그 사람이 아픈 사람이라고 했다.
근데 왜 그 공포와 피해가 나에게 까지 와야했는가?
그 점에 일단 엄마의 무책임에 화가났다.
야자마치고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었다.
어느날 엄마가 헬스장으로 데리러 온다고 했다.
엄마가 데리러 오는 건 정말 드문일이라 나는 너무 기뻤다..
근데 엄마를 만난 후 몇 분 뒤 뒤에는 그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
헬스장 직원들은 그 사람이 내 아빠라고 짐작하고 내 아빠냐고 물었다.
난 그 뒤로 그 헬스장을 간 기억이 없다.
엄마에게 왜 그 사람을 데리고 왔냐고 내 얼굴을 알아버리지 않았냐고 말했다.
너무 무섭다고.
엄마는 너무 무책임 하게도
자신이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따라와서 무서워서 나에게로 왔단다.
그러면 경찰서로 가야지 왜 힘없는 나에게로 오는가.
너무 무서웠다.
너무
지금도 난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지인들도 부재중이 여러번 와있으면 곧잘 공포를 느끼고,
카톡이나 문자도 여러번 와있으면 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재고해본다.
그래서 인지 주변엔 연락이 잘 되지 않거나, 연락을 자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난 이 모든 일이 내가 약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며,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니 협박이라도 할 수 있도록
법을 배우고 싶다.
나를 지키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니면 그 법이라도 잘 사용할 수 있는 돈많은 사람이 되거나.
그래서 돈이 많이 벌고 싶다.
난 나를 끝까지 책임지고 지킬 것이다.
5. 성기노출
대학교 2학년 때였나,
집에서 나와서 학교가는 길이었는 데,
아파트 단지 담벼락 뒤로 상가 건물이 있었다.
입구나 출구는 돌아서 가야했지만, 창문은 잘 보였는데
그 창문 밖으로 뭐가 이상한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저 쓱 봤을 뿐인데..
너무 부인하고 싶고 지금도 부인하고 싶지만
어떤 남성이 자기 성기를 보이면서 창문밖에 자기 성기만 (얼굴도 다른 신체도 안보인 채)
자기 성기만 내밀고 있었다.
병신새끼.
남성성기를 한번도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저게 뭐지 이러면서
멈칫했던 것 같다.
진짜 봄처럼 화창한 날 아침 기분이 개조졌었다.
너무 놀랐다.
부인하고 싶었다.
비슷하게 생긴 다른 물건들이었을 거라고 계속 회로를 돌려보았지만
이상했다.
학교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니 왜 그러고 있었을까? 부터 생각해서
내가 그 길로 그 시간에 간다는 걸 알았을 까?
아무도 그 길을 지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
경찰을 불렀어야 했나?
부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결국 괴로움을 나누고자 친구한명에게 넌지시 얘기했더니
친구가 극혐을 하면서 불쾌한 기색을 들어내었다.
그래 역시 불쾌한 일이야. ㅅㅂ
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하기까지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겨우 말했지만.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잘 지낸다.
종종 그 친구를 보면 그 때 일이 생각이 난다.
그 친구도 그렇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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